[뉴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걸으면, 왜 성인군자가 될까
작성자 Focus Spain

가장 전형적인 ‘길 위의 인문학’

성찰,힐링,추모,희망,성취·자신감
갈리시아行 100여개 순례길 개척
한국-스페인 길 위의 우정 만개
제주에는 산티아고 순례길 구간,
스페인에는 제주올레 구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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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나그네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 제주 올레길을 걷는 이유는 다양하다. 성인 야고보에게 혹은 제주여신 대문할망에게 가족과 친구의 안녕을 기원하는 뜻에서, 걸으면서 나를 성찰하고 더 나은 삶을 설계하려고, 힘겨운 일상에서 구원의 희망을 찾기 위해, 돌아가신 가족, 친구의 넋을 기리며 맘껏 울어보려고..

참 신기한 건, 그 길을 걸어본 사람은 득도한 성인군자가 되어 집으로 온다는 것이다. 유효기간은 반(半)영구적인 경우도 많고, 사람 마다 조금씩은 다르지만. 

 

걷기여행, 청정생태가 주는 건강, 힐링효과도 좋았고, 최고의 감정정화, 성취감,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인듯 하다. 문명, 헤리지티, 가르침, 바다, 산, 석양·일출 절경, 현지의 풍속, 감동, 외국인 친구 등과 동행한 긴 여정은 인간 삶을 윤택하게 하는 학문, 인문학 그 자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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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여정을 마치고 산티아고 시내에서 열락(悅樂)을 즐기는 순례자

스페인 갈리시아주로 향하는 산티아고 순례길은 제주 올레길의 어머니이다. 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와서 2007년 9월 제주 올레길을 세상에 첫 선을 보였다.

빈티지풍의 산책길 안내표지 등 다양한 산티아고 순례길의 재료를 가져다가 한국의 모습으로 최적화한 제주올레길은 일본 큐슈가 ‘올레’라는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며 벤치마킹했다.

‘놀멍 쉬멍 걸으멍 고치(놀면서 쉬면서 걸으면서 같이)하는 도보여행’의 모태는 산티아고 순례길이었고, 이는 스페인-한국-일본 등 동서양 자연주의 여행자들의 우정의 표상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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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전, 후안 이그나시오 모로 비야시안 주한 스페인 대사와 구만섭 제주특별자치도지사 권한대행이 우정의 악수를 나누는 모습

몇 달전, 후안 이그나시오 모로 비야시안 주한 스페인 대사가 산티아고 순례길을 대표해, ‘올레’를 대표하는 구만섭 제주특별자치도지사 권한대행을 찾아가, 두 걷기여행길을 매개로 한 찰떡 우정을 약속했다.

그 후 3월 현재, 우리쪽 11명의 전담팀이 넉달째 다양한 협력홍보 방안을 하나씩 하나씩 마련해 실행중이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해 6월 스페인 순방 당시, 양국 실무책임자들이 관광교류 활성화를 위해 산티아고 순례길과 올레길에 서로의 상징구간을 만들기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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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의 상징들

산티아고 순례길은 예수 그리스도 12사도 중 야고보의 유해가 스페인 북서부 도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에서 발견된 이후, 세계 각지의 순례자들의 다양한 루트로 이곳을 향하면서 만들어졌다.

북동쪽 프랑스 접경 피레네산맥, 남동쪽 마드리드, 남쪽 포르투갈, 배타고 와서 스페인 땅을 걷던 북유럽 등 다양한 출발지로부터 순례자들은 산티아고를 향해 걷고 또 걸었다.

800년 된 이 성당 안 성 야고보 상에서 소원을 빌면 실현된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해남 땅끝마을에서 시작된 유라시아 대륙 서쪽 종점 답게 스페인은 다양한 문화가 평화롭게 공존하는데, 이 성당 역시 로마네스크, 바로크, 고딕 양식의 조화가 돋보여 순례자들의 고진감래 종착점 다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순례자들의 땀 냄새와 해충을 없애고 순례자의 건강과 평안을 비는 이곳만의 ‘향로 미사’는 산티아고 순례길 종착지 다운 짠내투어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주한 스페인관광청(대표 이은진)과 대한민국 산티아고순례자협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100여개의 순례 루트가 있고 지금도 새로운 루트가 계속 개척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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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 목적지가 보이는 기쁨의 언덕 [산티아고 데 콤보스텔라=함영훈 기자]

순례자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루트는 프랑스길, 북쪽해안 이룬길, 세비야길, 마드리드길 등 프랑스발 4대루트와 스페인 국내발 3대루트, 포르투갈길, 영국길 등이다. 이 외에도 독일, 스위스, 벨기에, 오스트리아, 헝가리, 폴란드 등 전 유럽에 걸쳐 순례길이 이어져 있다.

순례길 곳곳에서 자연관광, 인문여행, 풍속공유 등 다양한 매력들을 만난다. 스페인 북서부 갈리시아 주내 ‘프랑스길’ 첫 이정표인 세브리로(Cebreiro) 마을은 음악가 바그너의 마지막 오페라 ‘파르지팔(Parsifal)’에 영감을 주었다. 예수 그리스도의 피를 담은 성배와 그를 찌를 때 사용된 성창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성배 기사단이 모여 살며 수도하는 스페인 교회를 무대로 한다.

갈리시아 주 어느 해변에선 순례자들의 걸음 걸음에 경의를 표하는 뜻에서 트레킹 신발이 거대 청동상으로 만들어져 있다. 사모스(Samos)에서는 고딕양식으로 지어진 회랑에서 16세기에 만들어진 걸작 네레이다스 분수(Fuente de la Nereidas)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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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자에게 경의를 표하는 트레킹신발 청동상 147926798_l

포르투갈길에서는 미뇨 강과 하구의 풍광 보고, 특색있는 다리를 건너면서 성찰과 사색, 힐링을 거쳐 사랑의 마음을 일깨운다. 해안도로와도 연결돼 절경이 정신적 정화에 영향을 미치는 신선함도 느낄수 있다. 인근 대서양 연안엔 박물관, 전망대, 광장 등 인문학과 풍경을 모두 만족시킬 비고(Vigo)와 폰테베드라(Pontevedra)를 만난다.

피스테라 무시아의 길(Camino Fisterra-Muxia)에선 왕립종이공장, 프랑스 정원, 바로크풍의 테라스와 예배당 등 건축조경 미학도 접하게 된다.

코루냐(A Coruña)에서는 마리아 피타 광장, 산페트로 전망대, 헤라클레스 타워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만나고, 비교적 큰 도시 답게 쇼핑몰 체험도 할 수 있다.

옛 갈리시아 왕국의 7개 핵심지역 중 한곳이던 베탄조스에선 영국의 대표적인 전통마을 코츠월드의 정취를 느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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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시내 이모저모

종점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 시내에선,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 오브라도이로 광장, 박물관, 대주교 궁전, 순례자 박물관 등을 둘러보며, 목표를 달성했다는 기쁨을 배가시킨다. 물론 곧 내 살던 곳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아쉬움도 생기겠지만.

어쨌든 이 길 어딘가에 제주올레 구간이 생긴다. 제주에도 당연히 산티아고 구간이 단장될 것이다.

후안 주한 스페인대사는 제주 올레길을 직접 걸은 뒤, “코로나19로 침체된 관광업을 회복하기 위해 한국과 많은 교류를 하면서 지난 2년간 한국-스페인 관계를 격상시켰다”며 “제주 올레길과 산티아고 순례길에 상호 상징구간을 설치함으로써, 서로에게 의미 있는 상황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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